1. 교과서 속 역사를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나고 싶었습니다.학창 시절 한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는 늘 강인한 나라로 기억되었습니다. 미천왕,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그리고 광개토대왕까지.왕들의 이름과 주요 업적은 시험을 위해 외웠지만, 정작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과정까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는 연도와 사건을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당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전쟁을 치렀는지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를 읽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왕과 장수, 백성들이 함께 만들어 간 고구려의 역사를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게 다..
1. 6년 만에 다시 꺼내 든 『모순』1998년 출간된 양귀자의『모순』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만큼 오랫동안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저는 2020년 7월 처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책을 좋아하는 조카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모,『모순』 읽어봤어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읽지 않았다면 선물이라도 해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읽었다고 답하자 조카는 "역시..."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출간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모순』이 여전히 베스트셀..
김훈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책2022년 『하얼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망설임 없이 책을 주문했습니다. 이미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읽으며 김훈 작가 특유의 묵직한 문체와 역사 속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내는 힘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하얼빈』은 출간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모두가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김훈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습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안중근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당시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이후 외교권을 빼앗긴 상태였으며, 일본의 침략이 본격..
큰딸이 추천해 준 뉴베리상 수상작2021년 큰딸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필독서로 읽고 있던 작품이 바로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였습니다. 영문 원서로 읽고 있었지만, 저는 영어로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대신 큰딸이 "뉴베리상을 받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고 추천해 주어 곧바로 번역본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던 제 선입견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린 소년의 모험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 사랑, 상실, 희망, 그리고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믿게 되는 과정이 깊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공황 시대를 살아가는 한 소년의 여정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의 배경은 미국 대공황 시기입니다.열 살 소년 버드는 엄마를 잃은 뒤 고아원과 ..
7년 전 여름, 우연히 선택했던 한 권의 책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여름, 서점에서 우연히 『오즈의 의류수거함』 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의류수거함'이라는 현실적인 단어 앞에 '오즈'라는 동화 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따뜻한 성장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과는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펼쳐졌고, 마지막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작품이 계속 기억에 남는 이유는 화려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가진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
· 기욤 뮈소 작품을 꾸준히 읽게 되는 이유책을 가볍게 읽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기욤 뮈소입니다. 처음 읽었던 작품은 '구해줘'였습니다. 그 이후 '종이 여자', '인생은 소설이다' 등 여러 작품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마다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로 속의 아이' 역시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로 속의 아이'를 선택한 이유가끔은 감정적으로 너무 무겁거나 긴 여운이 남는 책 보다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게 됩니다. 그..
제목을 보고 멈춰 선 이유우리는 누구나 '잘 사는 방법'은 많이 이야기합니다.하지만 '잘 떠나는 방법'에 대해서는 쉽게 입을 열지 않습니다.저 역시 그랬습니다.부모님 세대의 부고 소식을 하나둘 접하게 되면서, 죽음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 '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 신소린 지음, 해의시간 출판 ***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이었습니다. '죽을 때 입는 옷에도 내가 원하는 색을 선택할 수 있구나'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죽음은 늘 검은색과 흰색, 슬픔과 눈물, 그리고 정해진 형식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이 책..
1. 한 권의 소설이 내게 다가온 이유어떤 책은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고, 어떤 책은 덮은 뒤에도 오래 남습니다.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제게 그런 작품이었습니다.'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의 대표 장편소설 가운데 하나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주 추천됩니다. 한강 작가의 *** '소년이 온다' ***를 처음 읽게 된 계기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서점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여러 작품 가운데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5월 광주'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자유를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하..
'페스트' 서평 | 학창 시절에는 어려웠던 책,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치다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이 다시 읽힌 고전 중 하나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입니다.저 역시 학창 시절에는 어렵게만 느꼈던 이 작품을 코로나를 경험한 뒤 다시 읽으며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왜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읽었던 책'이 있을 것입니다.저에게는 바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그런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학교 필독 도서였기에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작품이 전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등장인물의 행동도,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철학도 어렵게만 느껴졌고, 솔직히 말하면 끝까지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
김진명 장편소설 '세종의 나라'를 선택한 이유우리는 매일 한글을 사용합니다.하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문자가 어떤 고민과 철학 끝에 만들어졌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습니다. 김진명의 '세종의 나라'는 한글의 탄생 과정을 넘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나라를 향한 철학을 깊이 있게 담아낸 역사소설입니다. 평소 저는 역사를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소설은 읽는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꾸준히 찾아 읽는 작가가 바로 김진명 작가입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습니다.신간 코너를 둘러보다가 익숙한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원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한 권을 ..

